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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Feb

공간정보 업계 살리기) 1부 암울한 현재와 더 암울한 미래

작성자: 김한국 IP ADRESS: *.35.162.103 조회 수: 1846

공간정보 업계 살리기) 1부 암울한 현재와 더 암울한 미래
공간정보 업계 살리기) 2부 새 술을 새 부대에… (무엇을 바꿔야 하나?)
공간정보 업계 살리기) 3부 업계 임원의 역할과 남겨진 자들이 할 일. 그리고 국가의 역할
공간정보 업계 살리기) 4부 마치며…


들어가며...

Just throwing a bunch of trees into a pit doesn't make it a log cabin.
(나무를 한 곳에 모아 놓는다고 해서 통나무집이 되지는 않는다.)

우리나라 기업이 출시한 제품을 보고 뉴욕타임지 기자가 내뱉은 말이다. 제품에 다양한 기능들이 들어있지만, 대체 이 제품의 목적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는 혹평이다.
일반적인 경우 고객에게 어떠한 가치를 제공할지를 면밀히 따져서 제품을 출시한다. 하지만 형식적인 성과가 우선되면 고객보다 실적이 앞서게 된다. 형식주의와 ‘빨리빨리’로 표현되는 조급함의 산물인 것이다.
안타깝지만, 우리는 이러한 풍경이 제법 익숙하다.

우리 업계에서 만들어내고 있는 시스템 성과물은 위와 같은 비판에 할 말이 없다.
제품을 만드는 사람도 지치고, 이를 받아보는 고객도 불만인 상황이라면 우린 무엇 때문에 지도를 들여다보며 고민하고 있을까?


이제부터 시작할 이야기는 안타까운 우리의 풍경에 대해서다.
국내 공간정보업계는 위기에 봉착해 있다. 이는 ‘구글어스’가 세상에 나왔을 때 이미 예견된 것이다. 구글어스가 2000년 초중반에 출시되었으니, 10년 전에 공간정보분야의 위기를 예상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흥미로운 점은 공간정보 외부에서는 “빅데이터 시대를 맞이하여 공간정보가 새로운 수요창출의 기회를 맞이할 것”으로 평가한다는 것이다.

다들 공간정보가 발전 가능성이 있다고 하는데 정작 공간정보산업 내부에서는 우울한 기운이 감돌고 있다.

대체 국내 공간정보분야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1. 업체의 구조 이해

국내 사업자 등록증의 업태분류를 기준으로 가장 업무 강도가 높은 업종은 SI(system integration, 시스템 구축사업, 이하 SI) 엔지니어링이다. 
업계의 관행상 기술적인 수준보다는 영업을 통해 많은 프로젝트가 발주되고 수주된다. 이는 업체의 기술장벽을 낮췄고 많은 신생업체 뛰어들 수 있는 구조가 되었다. 출혈 경쟁이 일어날 수 밖에 없는 구조이다. 이러한 구조적인 모순은 업계 종사자들의 업무하중 쏠림 현상으로 나타난다. 전문적인 기술력과 생산력을 갖춘 인력이 이탈하여 이전 세대의 경험과 기술력이 다음 세대로 전달되지 않으며, 매번 끊임없이 같은 오류와 숙련과정을 반복함으로써, 생산성을 떨어뜨리고 있다.
이러한 악순환은 상당 기간 이어져 왔으며, 특별한 계기가 없는 한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악순환은 발주처와 용역사의 관계를 “철저한 갑-을” 관계로 고착시키는 원인을 제공했다.
지금까지의 관행을 바꾸는 것은 적당한 노력으로는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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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국내 공간정보업계가 공간정보의 가능성을 검증하고, 외부의 전문가와 결합하여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려는 노력은 뒤로한 채, 스스로 SI 업체로 전락한 것에 있다. SI로 전락했으니 정확하게 SI 사업구조의 틀에 갇히게 된 것이다. 스스로 SI 업체로 전락한 이유는 간단하다.

“돈 벌기 쉬우니까!”

과거 국내 공간정보업계에는 GIS 분석을 통한 수익을 창출해 보려는 노력이 있었다. 지금은 사라진 S 업체는 공간분석을 수행하는 인력을 따로 두기도 했다. 하지만 얼마 가지 못해 해당 인력들은 업체를 떠났고, 그리고 업계를 떠났다.

공간분석을 수행하는 조직은 다양한 분석을 통해 고객사의 이슈를 해결하는 데 그 존재 이유가 있다. 때문에, 마무리해야 할 일이 많은 SI 조직 입장에서는 ‘불필요한 일을 만드는 골치 아픈 조직’으로 인식되기 쉽다. ‘영업조직과 개발조직 간 마찰’이 일반적인 것처럼 SI 조직과 분석조직의 긴장관계는 일상적인 것이다.
문제는 회사 내 이러한 조직 간 긴장관계를 발전적인 방향으로 이끄는 경영능력이 부재했다. 업체의 관리자들은 해보지 않은 공간분석 보다는 그나마 익숙한 SI를 선택한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O라는 회사이다.
이 회사는 과거 GIS분석+데이터+SI 형태로 사업을 진행하면서 나름의 기술력을 쌓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SI로 중심으로 조직을 개편한 뒤 급격하게 SI 회사로 변화되어가고 있다. SI 구조의 틀에 갇히게 되면 그 굴레에서 벗어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2. 공간정보 SI는 뭐가 문제인가?

이 문제를 본격적으로 논의하기에 앞서 문제가 되는 SI의 범주를 명확하게 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자칫 모든 SI를 문제가 있는 것으로 해석되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SI는 Low Level의 Data를 집계하고 연계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업무 영역이다. 그리고 이러한 영역에서의 SI는 어렵지 않게 성공사례를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응용 및 활용분야의 SI는 개발조직 이외에 하나의 조직이 더 필요하다. 활용경험이 풍부한 조직이 결합하여 개발조직과 유기적으로 협조하는 것이 전제되지 않고서는 성과내기 힘들다.
오늘 이야기를 할 부분은 공간정보활용분야의 SI의 문제점을 공론화하는 것임을 미리 밝혀둔다.

SI는 본래 창의적인 업무영역이다. 지루하게 반복되는 업무를 체계화/자동화하여 가장 중요한 시간 자원을 확보해주기도 한다. 그래서 SI는 공장에서 생산품을 만들어내는 노동과는 다른 성격을 가진다. 정확하게 지식노동의 범주에 속한다. 
지식노동은 근본적으로 창의적인 행위이다. 
공간정보 측면에선 “누구도 시도해 보지 않은 공간적인 해법을 고객사에 제시하여 이슈를 해결하는 업무” 정도로 정리할 수 있을 듯하다. 아마도, 공간이라는 차원의 특성을 활용하여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작업이야말로 공간정보 업계에 종사하는 지식노동자들에게 가장 가치 있는 일일 것이다.

현재 공간정보 SI는 지식노동을 하고 있는가? 
대부분은 육체노동을 하고 있다. 업계 사람을 만나서 얘기를 나눠보면, 모든 업체가 지식노동을 하기 위해 진심으로 바라면서도 동시에 철저히 현실적인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기본적인 욕구는 발주처에 새로운 관점과 해법을 제시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현실적인 한계에 부딪힌다. 정형화되지 않은 기술에 대한 거부감이 많다. 그리고 기존의 관성화된 업무가 변화하는 것에 막연한 두려움이 있다.

그리고 SI는 구조 자체에 한계가 있다. 
SI 사업은 구조적으로 성과를 잘 내기 위한 구조가 아니다. 과업이 시작되면 몸에 진흙을 덜 묻히기 위해 치열한 신경전이 펼쳐지게 된다. 특히나, 여러 회사가 연합하여 팀을 꾸린 경우 각자의 업무를 줄이기 위해 혈안이 된다. 간혹 열정이 있는 회사나 팀이 SI 사업에 투입되는데, 천덕꾸러기 신세를 면치 못한다. 그리고 가장 많은 업무를 할당받게 된다. (‘독박’ 쓴다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당연히 가장 많은 책임을 지게 되고, 문제를 일으킨다. (원래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이 업무량도 많고 그에 비래 해서 실수도 하는 법이다)

※본인이 소속해 있는 BIZGIS도 간혹 SI 사업에 불가피하게 참여할 때가 있는데, 정확하게 저 구조에서 방어적 자세로 일하게 된다. 때문에, BIZGIS는 2014년 초 인력파견사업을 하지 않기로 결정하였다. 즉, SI 사업으로 수익을 벌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난 이 결정이 BIZGIS가 내린 결정 중 가장 탁월한 결정이라 생각한다.



이러한 구조에서 1년만 사회생활을 하게 되면 꿈 많고 열정 넘치던 인재들이 어떻게 변화할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또한, SI 사업을 수주하는 것은 업체의 실력과는 무관하다. 그리고 사업을 수행하는 것도 실력과 무관하다.
국가사업의 경우에 특히 그러하다.

수년 전 우리나라 굴지의 대기업 SI 회사에서 연락이 왔다. 당시 수십억 규모의 국가사업이 발주됐는데 그 제안서를 써주는 조건으로 일을 같이하자는 제안이었다. 개인적으로는 그 논의에서 오갔던 얘기들이 인상적이라서 기억을 하고 있다. 
이미 다 작업 해놨으니 제안서만 형식만 맞춰서 써주면 된다는 내용이었고, 하는 것 봐서 당신들에게 업무를 얼마큼 보장할지 생각해보겠다는 내용이었다. 대기업 담당자의 태도도 태도였지만, 제안서를 아무리 잘 쓰더라도 당락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뉘앙스의 발언이 인상적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대기업 담당자의 판단이 옳았다.

돈이 걸린 경쟁에서 실력이 중시되지 못한다면 어떻게 될까?
업체들은 내부 기술력 확보에 자원을 투자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게 된다. 이는 인재를 대하는 자세에서 드러난다. 실력 좋은 인재보다는 착하고 묵묵한 인재를 필요로 하게 된다.

이런 구조가 고착화되면, 유능한 인재는 하나씩 떠나게 되고 업무 공백은 점점 커지게 된다. 이들의 빈자리는 보다 저렴한 인재를 뽑아 메우려 하며, 관리자는 그 문제의 심각성을 알지 못한다. 빈번하게 문제가 발생하며, 이때 그나마 있는 유능한 인재를 해당 문제를 해결하는데 투입한다.

이러한 구조적 모순은 위기의 기업에서 발견되는 일반적인 현상이며, 경영학자 피터드러커 다음과 같이 얘기하고 있다.

당신 회사의 가장 유능한 종업원들이 혁신적인 기회에 배치되어 있는가? 혹은 그들은 기껏 어제의 문제를 해결하고, 또 어제의 제품을 판매하는 데 열중하고 있는가?


임원진은 오래된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면 그것을 해결하도록 우수한 직원들을 배치한다. 이 것은 귀중하고 창의적인 자원을 잘못 배분하는 것이다


‘마지막 통찰’ 중에서…

※피터 드러커(1909.11.19~2005.11.11)
오스트리아 출생의 미국인으로, 작가이자 경영 컨설턴트, 교수였다.스스로는 자신을 “사회생태학자(social ecologist)”라고 불렀다.
20세기와 그 다음 세기의 기업 경영에 큰 영향을 준 인물로, 30권도 넘는 경영서적을 저술하였다. 새로운 지식경영의 패러다임을 연 선구자. 그러므로 경영학 공부를 하다보면 정말 지겹게 만나게 되는 사람이기도 하다.
민영화와 마케팅에 대한 화두를 던진건 매우 유명하다. 애초에 마케팅이란 단어를 창시한 사람이다. 뿐만 아니라 1959년에는 지식 노동자라는 단어를 만들었다. - 출처 위키백과

구조적 한계를 가진 업체가 만드는 성과물의 품질이 뛰어날 리 만무하다.
준공 직전 감리를 받기 위해 무의미한 기능리스트를 나열한 시스템을 찍어낼 뿐이다.

아래의 비판을 피해갈 수 없다.
Just throwing a bunch of trees into a pit doesn't make it a log cabin.


SI는 최종적인 결과물을 예측하기가 매우 어렵다.
SI의 프로세스를 살펴보면 고객의 기대수준을 관리하기 위한 제도적 절차가 몇 가지 있다. 그리고 과업 초기에 최종적인 결과물의 형태를 가늠할 수 있는 장치가 있다. 바로 Client에게 요구사항을 받아 이를 기능화된 형태로 정리한 Story Board라는 것이 그것이다.
이는 건축으로 치자면 설계도면인 셈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Story Board를 여러 번 정독하더라도 만들어지게 될 시스템의 모습을 가름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완제품의 모습을 예측할 수 있는 자동차나 건축의 설계도면과는 차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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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과정을 통해 최종적으로 산출된 결과물을 받아본 고객사는 어떠하겠는가?
공간정보에 대한 기대치가 높았던 고객사일수록 분노하게 된다.
이러한 그릇된 관행의 시기가 15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양질의 인재들은 업계를 떠났다. GIS 도입을 검토하는 기업 및 공공기관에는 GIS가 별 볼 일 없다는 선입관이 생겼다.
하지만 국가기관의 SI 사업 발주는 계속되고 있다. 요새는 ‘빅데이터’와 ‘공간정보’라는 단어를 붙여서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그 사업들 모두 이러한 구조에서 정확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악순환의 사이클에 업체가 빠져드는 순간, 업체는 미래를 이야기하는 것이 무의미하다.


마치며...

우리는, 한때 주목받던 기술이 수년 뒤 철저하게 실무적인 도구로 그 위상이 추락하게 되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봐왔다.
공간정보가 주요한 의사결정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우 그 위상은 자연스럽게 올라가게 된다. 하지만 도면이나 지도작성, 코딩 등 실무적인 업무 지원의 툴로 인식되면 위상의 추락은 불을 보듯 뻔하다.

공간정보 분야는 공간이 가지는 특성을 충분히 활용하여 고객사에 Solution Provider의 역할로 자리매김하여야 한다. 하지만 SI의 굴레에서는 이러한 역할을 수행하기에는 불가능하다. 이는 국내 공간정보 20년의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이제 우리는 SI 사업의 구조적인 모순과 한계를 인정하고, 그 대안을 고민할 때다. 그리고 대안을 신중하게 행동으로 옮기는 과제를 가지고 있다.
이 과제를 ‘미래에 언젠가는 할일’ 정도로 치부한다면, 우리 업계의 미래는 밝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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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z-gis.com 운영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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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용

2015.02.11 20:02
*.180.26.73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토목설계업에 종사하고 있는데,

발주처가 정부, 기술력보다는 수주능력이 우선,

별반 다르지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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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애비

2015.02.25 18:43
*.162.60.28

매우 공감 되는 글입니다.

분명 SI에도 깨어있는 분들이 많이 계실텐데,

누구보다 이런 상황을 답답해 하시겠지요~


무언가 새로운 패러다임을 기다려 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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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영

2015.02.26 11:32
*.35.162.103
첨단기술에 기초한 사람들은 ‘첨단기술’이 아닌 것은 무엇이든 경멸하는 경향이 있는데, 특히 자신들과 동일한 분야에 있지 않은 사람들을 경멸하는 경향이 있다. 그들은 자신들만의 기술에 탐닉하는 경향이 있으며, 종종 ‘품질’이라는 것은 사용자에게 가치를 제공하는 것이라기보다는 기술적으로 정교한 것을 의미한다고 믿는 경향이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그들은 대체로 여전이 19세기적 발명가에 머물고 있는 것이다.
- 피터드러커(미래사회를 이끌어가는 기업가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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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l0706

2015.08.26 00:17
*.220.219.11

이 글을 이제야 읽게 되네요.

한국으로 돌아온 후 (물론 외국이라고 다 좋은것만은 아닙니다) 저는 점점 제 전공을 계속 이어가야할지 말아야할지 고민이 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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