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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Jun

[DBR]스페셜리포트 Space & Location - GIS, 경영자를 위한 항해지도

작성자: 황선영 IP ADRESS: *.222.109.202 조회 수: 10996

 DBR(Donga Business Review) 스페셜리포트의 이번 주제가 "Space & Location"이었습니다.

다음은 기고한 내용입니다.

http://www.dongabiz.com/SpecialReport/Article/Article_Sub/article_content.php?atno=1203081401&chap_no=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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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규봉 GIS United 대표 mapinsite@gisutd.com, 황선영 GIS United 연구원 syh@gisutd.com

 

비즈니스의 X-RAY


뛰어난 선장은 파도 대신 해류를 읽는다. 1200년 전 장보고 선단은 하늘, 바람, 물, 지리를 분석하며 항로를 개척했다. 지문항법으로 육상이나 섬의 모양을 살펴 항해하고 천문항법은 해와 별자리를 읽어 천체를 활용했다. 수문항법으로 수심과 해류를 파악하여 바람이 서로 다른 한반도와 동아시아 바다를 자유자재로 넘나들었다.


기업경영은 항해와 같다. 피터 드러커는 직관에 의존한 기업경영을 강하게 경고했다. ‘나침반의 방위가 없이는 배는 항구를 찾을 수도, 또 그곳에 도착하는 시간을 예측할 수도 없다.’ 기업을 운영하는 데는 ‘육감’으로 운항하는 대신 ‘항공기 계기판’과 같은 경영의 도구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1  나아가 『기업가 정신』에서는 경영의 도구로서 ‘기업 X-RAY(Business X-ray)’을 강조했다.


X-RAY에 제1회 노벨상이 주어졌다. 생명에 관하여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수 있도록 만들어준 위대한 발명은 모두 노벨상을 받았다. X-RAY(1901년)에 이어 CT(컴퓨터단층촬영, 1979), 전자현미경(1986), MRI(자기공명영상, 2003)가 그렇다. 기업경영에도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수 있는 X-RAY나 MRI는 없을까? 변화의 파도 속에서 트렌드를 읽어낼 경영도구는 없을까?


80년 전 마빈 바우어(Marvin Bower)가 맥킨지의 제안서를 들고 CEO를 만나던 시절, 경영의 도구는 회계학이 전부였다. 그러나 오늘날 CEO가 알아야 할 경영의 도구는 다양하고 복잡해졌다. 80년 전 동네 주치의 왕진가방에서 종합병원 암센터의 수술실로 바뀐 것과 같다. 이제 중요한 수술은 의사 한 명이 하는 것이 아니라 병리학팀, 영상의학팀, 임상의학팀이 하나의 그룹으로 긴밀하게 협력한다.


미국립학술원이 발행한 『공간적으로 사고하기』에는 우리 사회에 통용되는 정보의 80% 이상이 지리공간적이라고 알려준다.2  전자제품, 자동차, 선박, 농수산물 모두 시장에서 시장으로 이동한다. 상품과 서비스가 이동할 때 정보, 부, 기회도 함께 이동한다. 새로운 항해를 준비하는 경영자가 있다면 그는 당연히 80% 정보를 담을 수 있는 새로운 지도(地圖, Map)에서 출발할 것이다.

 

 

컴퓨터지도와 경영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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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1: 지리정보를 잘 활용하는 기업과 연구소>


구글이 안드로이드(Android)를 인수한 것은 2005년이다. 스마트폰 시대를 대비한 포석이었다. 바로 한 해 전 구글은 키홀(Keyhole)이라는 컴퓨터지도 회사를 인수했다. 지리정보 시대를 대비한 전략이었다. 구글은 360도 촬영 카메라를 보트에 부착해서 아마존강의 풍경을 지도에 올리고 있다. 자전거나 배낭에 소형 카메라를 매달아 디즈니랜드, 알프스 정상, 유명 레스토랑의 실내 모습까지 지도에 연동하고 있다.


애플은 스티브 잡스의 유훈대로 구글과의 전면전을 불사하고 있다. 애플은 2009년 이후 컴퓨터지도 벤처 3개(Placebase, Poly9, C3 Technologies)를 연달아 인수했다. 이미 애플 마니아들은 구글맵(Google Map)에 대항할 아이맵(iMap)의 등장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일부의 예상대로 애플은 자신의 최신 운영체계(iOS6)에서 구글맵을 아예 제외시켰다. 3


스마트폰 시대에도 사용자들은 이메일과 뉴스를 가장 많이 사용한다. 그러나 모바일 시대답게 이동 중 바로 ‘지도 서비스’를 찾는 정보수요는 폭증하고 점점 더 전략적으로 중요해지고 있다. 글로벌 무대에서는 구글맵과 iMap, 국내 무대에서는 네이버 지도와 다음 지도의 전쟁이 치열해지는 배경이다. 지도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고 있다.


지리정보를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글로벌 기업의 노력은 구글맵 탄생 이전부터 시작되었다. 1993년 체이스은행은 출점전략에 컴퓨터지도(GIS)를 활용했다. 주간인구와 야간인구를 구분하여 은행지점 및 ATM 입지선정에 지리정보를 적용했다. 출퇴근 고객과 상주인구에 대해 차별화된 마케팅과 상품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시티금융그룹은 남미시장에 새로운 금융 브랜드를 개척할 때 GIS를 통해 목표고객의 밀집지를 추적하고 기존 지점과의 접근성을 분석하여 적정 점포수를 산정했다.


1993년 미항공우주국(NASA)은 전략변화에 맞춘 R&D 캠퍼스의 공간재배치를 GIS로 완료했고 MIT도 전체 건물과 시설물을 3D 지도에 옮겨 공간효율화를 추구했다. 스타벅스는 1995년 GIS를 기반으로 잠재시장을 분석하고 점포별 매출예측을 통해 출점을 결정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도요타는 2000년 호주시장에서 영업지원 온라인지도 솔루션을 이용해 점유율 1위 자리를 강화했다. 2003년 혼다는 인도에 스마트물류시스템을 지도기반으로 자동화하였다.


1990년대 중반 나이키(NIKE)는 제1차 GIS 기반 전략툴을 도입한 이후 3차에 걸쳐 지역별 인구, 가구, 경제통계, 시장정보에 내부 데이터(매장정보, POS, 고객DB)를 통합시켜 비즈니스 인텔리전스(BI) 솔루션으로 활용하고 있다. 2000년 GE에너지는 영국 캠브릿지 소재 GIS(지리정보시스템) 벤처기업 스몰월드(Smallworld)를 인수한다. 석유, 가스, 전기, 원자력, 풍력 등 전기를 생산하는 전분야를 포괄하는 GE에너지에게 지리정보는 전략적 사활이 걸린 중대한 지식기반이다.


지리정보 초강국 미국의 힘은 군사정보 분야의 공간지식을 민간기업의 수중으로 전환시키며 비약적인 발전을 주도한다. 클린턴 정부가 집권한 1993년부터 2000년까지 대학교 연구실과 일부 벤처기업의 울타리 안에 갇혀 있던 GIS와 GPS 기술은 지방정부와 산업현장으로 급속히 확산된다. 정부의 보관창고에 숨어 있던 지리정보가 인터넷을 통해 공개되고 GIS 전문가가 참여하는 넓은 시장이 열린다.


그 후로 마이크로소프트, 리바이스, 노스페이스, 홈디포, 마스터카드, 시어스 등 선도기업들이 전략, 마케팅, 물류, 부동산, 시설물관리, 고객분석 등에 지리정보를 적극적으로 사용하게 된다. 이런 선진 경영도구는 일찍이 일본에 먼저 상륙한다. 예를 들어 요미우리신문의 전단지는 GIS 기반의 소지역으로 세분화되었다. 작은 블록마다 신문사별 구독자수를 표시하여 광고주의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지원한다. 록본기힐을 개발한 모리빌딩은 개발사업을 검토하는 전과정에 지리정보를 토대로 사업계획을 진척시킨다.


GIS는 2000년대 초?중반 새로운 경영도구로서 한국에 뿌리를 내리기 시작한다. 최초로 백화점에서 아파트 고객을 분석하고 지역 마케팅을 위한 실험이 진행되었다. 전국에 수 백 개의 점포를 운영하는 식음 브랜드가 점포유형별로 매출예측을 시도했다. 신용카드 회사가 가맹점과 카드사용자 사이의 소비함수를 지도 위에 뿌려놓고 분석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gCRM(GIS 기반의 CRM)이라는 독특한 용어가 대한민국에서 탄생하게 된 것이다.  

 

 

공간 전략의 재구성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지난 한해 우리나라에서 판매된 자동차는 약 150만 대로 성인인구 25명 중 한 명이 자동차를 구입했다. 이들이 구입한 자동차는 500만∼8억 원 대. 차종도 연비도 매우 다양하다.


선호도는 지역적으로도 천차만별이다. 고급 외제 승용차의 경우 예상대로 고소득자가 많은 강남구와 서초구에서 집중적으로 선호되고 있다. 그런데 고급 외제 승용차를 선호하는 지역이 또 한 곳 있다. 김앤장 법률사무소 인근 지역이다. 한마디로 변호사들이 몰려 있는 곳에서 고급 외제 승용차가 잘 팔린다는 얘기다.


선호하는 제품이 다른 만큼 매장 입지도 달라야 하고 그에 맞춰 물량 계획도 달라져야 한다. 지역별 수요예측과 공급의 불균형이 발생하게 되면 먼 지역에 있는 자동차를 운송해와야 한다. 고객은 빠르면 1주일에서 늦으면 한두 달까지 기다려야 하고 기업은 자동차 수송, 보관, 하역 등 원거리 탁송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보통 원거리 물류비의 비중은 원거리 물동량 비중의 두 배가 넘을 정도로 비용 부담이 크다.


자동차 회사 A는 기동적으로 시장 수요에 대응하고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물류망을 재조정하기로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동차를 출고지에서 수요지까지 대량 수송할 수 있는 신규 중간거점을 마련해야만 했다. A사는 먼저 자동차 수요량과 공급량의 지역적 패턴을 파악하고 원거리 물동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지역을 파악했다. 다음으로 원거리 물동량의 방향성, 각 지점까지 운송할 때 발생하는 비용 등을 분석하여 지역별 권역을 설정했다.


각 권역별로 출고지에서 중간거점, 도착지까지 비용이 최적화되는 지점이 어느 곳인지 시뮬레이션 했다. 더 나아가 도로 접근성과 토지 매입 비용의 적정성, 인허가 용이성 등을 분석해 국지적인 입지 후보지까지 도출했다. 이 모든 것이 GIS를 활용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A기업은 고객 수요와 기업의 공급, 이 둘 사이의 불균형을 공간적 문제로 바라봤다. 시장과 공간의 흐름을 감이 아닌 공간지표의 분석을 통해 증명하고 해결책을 모색했다. 경영 이슈의 중심을 공간에 놓고 정보를 활용한 것이다.


무엇이 문제인지, 어떻게 수정하고 개선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에서 이제는 어디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어디에서 어떻게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인지의 이슈로 경영 전략의 첫 단추가 끼워지고 있다.

 

 

고객 탐지기


우리나라 최고 상권인 명동은 국내외 패션 브랜드들의 각축장이다. 매출을 확보할 수 있는 입지일 뿐만 아니라 자사 제품을 고객들에게 혹독하게 평가 받아 일반 소비자의 패션 트랜드를 민감하게 읽어낼 수 있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다수의 패션기업들이 이른바 핫플레이스에 입지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과 반대로 주거인구가 풍부한 지역과 궁합이 맞는 패션 카테고리가 있다. 바로 어덜트 패션이다.
어덜트 패션은 지역밀착형 업종이기 때문에 고객관리가 매우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다. 같은 브랜드라도 배후지역의 인구구성에 따라 진열 상품이 바뀔 정도이다. 이 때문에 어덜트 패션 기업들은 할인혜택과 사은품 증정 등의 이벤트를 진행해서 고객들에게 멤버쉽 가입을 유도하고 있다. 축적된 고객정보는 연령, 성, 구매상품, 구매액 등에 따라 여러 가지 항목으로 묶여 마케팅활동의 계획, 실행, 관리에 활용되고 있다. CRM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여기에 고객의 위치정보를 덧입혀 gCRM으로 활용하고 있다. 새롭게 고객정보를 수집할 필요 없이 지금까지 모아온 주소데이터만 좌표로 변환하여 사용하면 된다.


우리나라의 패션역사를 이어오고 있는 어덜트 패션 기업 B사는 최근 신규매장 입지전략을 수립하고 신규고객 확보와 기존고객의 업셀링(up-selling) 유도를 위해 고객정보를 활용하고 있다. 몇 년 동안 충실하게 모아오고 업데이트한 고객정보가 그 기반이 되었다.


고객의 주소정보를 지도상의 X, Y좌표로 변환하여 고객분포, 매출분포를 분석하니 점포별로 고객들이 멀리서 오는지, 가까이에서 오는지, 매출은 주로 어느 지역에서 발생하고 있는지 판단할 수 있었다. 또 위치정보는 자연스럽게 고객들의 주거유형, 즉 아파트 거주고객인지, 빌라 거주고객인지 등의 정보도 알 수 있게 해주었고, 고객이 위치한 곳의 부동산의 가치를 파악함으로써 간접적인 소득도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 고객의 위치정보에 인문?사회 지리공간데이터를 녹여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렇게 B기업은 위치정보를 분석함으로써 자신들에게 중요한 고객은 누구인지, 매출이 높은 매장의 배후상권의 특징은 무엇인지를 알 수 있었다. 이러한 지리정보분석 결과를 기반으로 우수한 배후 여건을 지녔지만 아직 B기업이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잠재시장을 지도화함으로써 출점 지역을 전략적으로 선정하고 있다. B사의 고객이 될 수 있는 사람들이 있는 곳에 찾아가 매장을 오픈하려는 것이다.


B기업의 위치정보 활용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지역별로 차별화된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 매장별로 특정 상품을 구매한 고객들의 분포를 지도에 그렸다. 그 결과 어떤 매장은 반경 1km라는 좁은 범위 안에서도 티셔츠는 전반적인 지역에서 두루두루 구매하고 있으나 상대적으로 고가 상품인 점퍼는 특정 지역에서만 유독 구매빈도가 높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티셔츠 구매 빈도는 높지만 점퍼 구매 빈도는 낮은 지역과 티셔츠와 점퍼 모두 구매 빈도가 높은 지역을 추출해서 두 지역의 속성을 비교했다. 점퍼보다 티셔츠의 구매 빈도가 월등히 높았던 곳은 상대적으로 평형대가 큰 아파트 밀집지역이었고, 점퍼와 티셔츠 모두 구매 빈도가 높은 지역은 일반적인 중?소 평형대의 빌라 밀집지역이었다. 소득수준이 상대적으로 높을 것으로 추측되는 지역에서 오히려 고가 상품 구매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국지적 단위에서 시장을 진단한 B기업은 점퍼보다 티셔츠가 더 많이 팔렸던 지역에 좀더 고가 상품을 구매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광고전단, 할인쿠폰 발송 등의 프로모션 전략을 고려하고 있다.


B기업이 지리정보를 활용하는 노력은 단순히 입지선정과 지역적으로 차별화된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기 위한 방편이 아니다. 뛰어난 점포 개발 담당자는 스카우트의 첫 번째 대상이 되고 있다. 오늘의 탁월한 내부 전술가가 내일의 적장이 되는 현실에서 입지전략 및 지역마케팅 노하우를 고도화하는 기반으로 활용하여 사내 지식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다. 또한 점주가 갖고 있는 지역에 대한 이해와 본사의 객관적인 시장 진단과 평가를 공유해서 물량계획과 마케팅계획을 수립하려는 커뮤니케이션 노력의 일환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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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도1: 매장마다 매출이 발생하는 지역적 범위는 서로 상이하다. 매장별로 고객과 매출 발생 범위를 파악하면 기존 매장에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지역에 추가 점포를 내는 것이 가능하다.>

 

 

바람지도와 통 큰 데이터


일반적으로 해상 풍력자원은 육상 풍력자원에 비해 풍속이 강하고 에너지밀도의 분포가 균일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더 큰 에너지원을 확보할 수 있다. 해상의 풍속은 육상에 비해 20% 정도 높아 동일한 풍력발전 시스템으로도 70% 정도 더 많은 전기를 생산한다.4  바람이 오랫동안 강하게 부는 곳이 어디인가에 따라 풍력발전 성패가 좌우된다. 해상풍력자원의 잠재량과 단지개발의 적합성을 평가하기 위해 국가바람지도가 활용된다. 국가바람지도는 수치기상예측과 파랑지도 등 빅데이터(Big data)를 통해 구축된다.
그렇다면 고객이 어디로 흐르는지 어디에서 오랫동안 머무는지, 그 바람길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통계청은 5년에 한번 인구통계 총조사를 통해 전수 조사한 인가구 정보를 집계구 단위(통계정보를 공표하는 지역단위로 행정동보다 약 25배 정교하다)로 발표하고 있다. 이 센서스 데이터를 지리적 인구통계 데이터(geo-demographic data)라고 한다. 한편 금융기관과 통신회사가 자사의 고객데이터를 분석해 생산해낼 수 있는 데이터는 지리적 라이프스타일 데이터(geo-lifestyle data)라고 할 수 있다.


금융기관은 고객의 결제정보를 소비성향별로 분류하고 여기에 좌표를 부여하여 세부 공간 단위로 라이프스타일 정보를 만들어 내고 있다. 이뿐이 아니라 매장마다 결제정보를 집계해서 어떤 지역에서 어떤 업종이 상승세인지 하락세인지까지 파악하고 있다. 통신사들은 기지국 통신 트래픽을 분석하여 시간대별로 유동인구를 추정하고 있다.


한 해 평균 100만개의 자영업 창업이 생기고 1년도 안 돼 85만개가 폐업하는 현실에서 금융기관과 통신회사의 이러한 정보들은 상권을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도구가 된다. 그 동안 정성적으로 이루어지던 상권분석을 좀 더 정량화된 형태로 진단할 수 있도록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지도라는 매체 속에 기업 내부 정보(고객정보, 매장 속성정보 등)와 외부 정보(부동산 정보, 교통정보 등)을 통합시키면 기존에는 파악하지 못했던 새로운 문제해결의 실마리가 보인다. 소득수준에 따라 선호하는 제품이 지역별로 어떻게 다른지 파악함으로써 기존의 영업 방식에서 지역기반 마케팅 방식으로 전환할 수 있다. 우리 기업이 갖고 있는 매장 중 우량한 매장과 그렇지 못한 매장의 입지여건을 비교 분석함으로써 향후 출점 전략을 수립할 수 있다. 나와 경쟁점의 입지를 비교함으로써 배워야 할 입지전략과 차별화해야 할 입지전략을 모색할 수 있다.


누군가가 자사 데이터베이스 안에 100만 명의 고객 정보가 쌓여있다고 자랑할 때 누군가는 1만 명도 채 모으지 못한 고객 정보를 지도 위에 뿌려 분석해 봤을 것이다. 방대한 데이터를 갖고 있어도 여전히 감에 의존하는 경영전략을 수립하는 기업은 많다. 그러나 지금의 시장은 철저한 데이터 분석을 통해 경쟁우위를 차지해야 하는 시대이다.


상권은 생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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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2,3: 서울 강남역 일대의 20대와 70대의 신용카드 소비패턴>


신용카드의 소비지도 두 장을 들여다 보자.(지도2,3) 동일한 시기, 같은 지역에서 20대와 70대 2개 연령집단의 카드사용 패턴은 지리적으로 확연히 다르다. 강남역은 서울시에 소재한 전철역 중 승하차 이용객수 1위, 버스노선 밀집도 1위를 자랑하는 상권 1번지로 떠올랐다. GIS 지도에는 수채화 물감처럼 파란색의 농도가 다르게 표현된다. 파란색 농도는 신용카드 사용금액이 많을수록 진하게 표현된다. 돈 씀씀이의 밀도(Density)를 지도에 표현한 것이다.


신용카드 D사의 결제정보 중 강남역으로부터 반경 2km 이내 지역만 따로 불러왔다. 2011년 10월 총 143만 건의 결제 데이터의 총사용금액 792억 원을 성별, 연령별, 시간대별, 요일별로 분석했다. 현행 법률상 개개 점포의 결제정보는 드러낼 수 없다. 따라서 강남역 반경 2km 이내 지역을 1123개 소블록으로 쪼개서 각각 결제정보를 블록별로 따로따로 집계해서 개개 점포(가맹점)의 매출액은 드러나지 않도록 비밀보호를 지키되 상권을 분석할 수 있는 통계는 적극 활용하는 지혜를 발휘한 것이다.


792억 원은 143만 카드결제의 합산금액이므로 한번 카드를 사용할 때마다 평균적으로 약 5만 5000원이 사용된 셈이다. GIS 지도를 들여다 보며 D사는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에 얼마를 사용했는지 분석한다. D사는 업종별로 카드사용의 패턴을 읽어 누구에게 어떻게 마케팅을 할 것인지 계획을 수립할 수 있다. 다른 경쟁사와 비교할 때 D사의 카드이용 점유율이 높은 지역과 낮은 지역을 분별할 수 있다. 유력한 가맹점이 몰려 있는 블록에서는 별도의 가맹점 관리의 지침을 마련한다.


D사의 소블록별 카드사용 정보가 유통전문 E사에게 제공되었다. E사의 전략기획본부의 신규사업팀은 당시 새로운 유형의 소매 브랜드를 준비하고 있었다. 신규 브랜드 제1호점을 강남역 상권에 출점하여 실험하기로 결정을 내린 상태였다. E사는 20~30대를 핵심타겟으로 신사업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니 강남역 일대에서 20대의 소비패턴을 이해하는 것은 사업기획에서 가장 중요한 내용이 될 터이다. E사의 전략은 그것부터 지도로 확인하는 것에서 출발했다.


D사 카드결제 정보에서 20대만을 따로 추출하여 다른 연령층의 매출패턴과 비교했다. 20대는 타연령층에 비해 카드사용처가 가장 비좁았다. 이를 테면 40대는 카드사용처가 강남역 2km 반경 내에서 훨씬 골고루 흩어져 있다. 가장 극명한 대비는 20대와 70대를 비교할 때에 나타났다. 20대 카드사용자는 강남역을 중심으로 500m 반경 내에서 가장 높은 사용밀도(핫스팟, Hot Spot)를 나타냈다. 일부 신사역, 압구정역, 청담동 일대에 중저밀도가 형성되기는 하지만 강남역의 고밀도를 따라가진 못한다.


반면, 70대 카드사용자는 강남역 20대 핫스팟을 눌렀을 때 풍선처럼 주변에서 부풀어 올랐다. 강남역에서 카드사용은 미미하나 북쪽으로 신논현역, 동쪽으로 역삼역, 남쪽으로 양재역 부근 그리고 청담동 일대에서 4개의 서로 떨어진 핫스팟을 형성하고 있었다. 당연히 강남역 일대에는 20대가 선호하는 식음시설, 영화관, 패션점, 학원, 메디컬 의원 등이 밀집해 있다. 20대와 70대는 그렇게 서로 다른 동선을 형성하며 서로 다른 소비패턴을 드러냈다.


단순해 보이는 두 장의 GIS 지도 이면에는 빅데이터(Big Data)가 깔려 있다. 강남역 2km 반경 내에 43개역 전철역은 단순히 위치만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 아니다. 1일 평균 승하차 이용객 193만4667명의 각각 다른 차이를 담고 있다. 428개 버스정류장에는 총 2970개 노선이 중복되어 겹쳐있다. 각 노선별로 수도권 어디까지 버스가 연결되는지 알 수 있다.


1일 평균 전철 이용객은 2010년 기준 강남역(20만), 고속터미널역(15만), 삼성역(14만), 선릉역(14만), 교대역(11만), 역삼역(10만), 양재역(9만), 신사역(5만), 신논현역(3.5만) 순이다. 버스노선의 경우, 2011년 기준으로 정류장별 노선수를 살펴보면 강남대로를 따라 우성아파트 사거리(61개), 뱅뱅사거리(59개), 양재역(54개), 강남역(48개), 논현역(47개), 신사역(41개), 고속터미널(36개) 선릉역(34개), 무역센터(23개), 교보타워(20개) 순으로 높다.


그 외에도 공동주택 5994개 동, 총 11만4892세대의 분포, 사업체 6만5726개 업체의 일자리 70만2684개가 4단계 업종별로 구분되어 지도에 저장되어 있다. 식당은 말할 것도 없이 상권의 특성을 만들어 내는 중요한 경제생태계의 구성지표가 된다. 식당의 분포는 상권의 발달수준을 나타낸다. 압구정동과 강남역에서 최고밀도를 형성하고 교대역, 신사역, 역삼역, 선릉역, 고속터미날역 주변에서 밀집도가 두드러졌다.


상권은 생물처럼 하루하루 시간대별로 요일과 계절에 따라 달라진다. 오전 시간 식당가는 한산한 반면, 종합병원의 카드결제는 고점대로 진입한다. 퇴근 후 강남역 주변에서 고밀도가 만들어졌다가 심야시간이 되면 24시간 주점이 물려있는 지역으로 카드소비가 이동한다. 패션, 교육, 의료, 소매의 카드사용밀도는 저마다 달리 형성된다. 이 세세한 소비패턴을 육감으로 읽을 수 있을 것인지 E사의 실무팀장에게 물었다. 그는 유통업계에서만 15년차인 베테랑이었다. ‘그건 X-RAY도 안 찍어보고 수술부터 하려는 의사와 같다’고 답을 한다.

 

 

야채가게의 전략지도


2012년 3월 기준 ‘총각네 야채가게(이하, 총각네)’ 30개 점포의 위치를 살펴보자. 30개 점포의 시구별 분포를 출점수별로 나열해보자. 강남구(9), 송파구(6), 양천구(3), 용인시(3), 안양시(2), 서초구(2), 영등포구(2), 고양시(1), 성남시(1), 용산구(1) 차례로 구성된다. 서울을 대표하는 강남지역 3개구(강남, 서초, 송파)의 점포수는 17개이다. 누구나 ‘총각네’ 전체 점포의 56%가 강남3개구에 몰려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나머지 13개 점포는 어디에 왜 분포하는가? 30개 점포를 모두 아우르는 핵심적인 변수는 무엇인가?


입지전략에 관한 ‘총각네’의 전략은 ‘선택과 집중’의 전형을 보여준다. “저희 전략은 처음부터 ‘돈을 쓸 수 있는 사람에게서 돈을 벌자’였습니다. 그래서 소득 수준이 높은 곳들, 교육열이 높은 곳들을 위주로 진행합니다. 왜냐면 교육열이 높은 곳들이 주로 소비문화가 강합니다.” ‘총각네’ CEO가 인터뷰에서 밝힌 전략기준은 소득수준과 교육열 두 가지가 핵심이다. ‘총각네’가 87%를 버리고 12.8%를 선택한 배경이다.


GIS 분석가는 각종 지리정보를 컴퓨터에 저장해놓고 지도 위에 다양한 데이터를 펼쳐본다. GIS 분석가가 다루는 데이터에 의하면 2011년 기준 서울시 아파트는 총 204만1094 세대, 경기도는 267만1533 세대로 합치면 총 471만2627 세대다. 그 중 정부가 고시한 기준시가 4억 원 이상 아파트는 60만4812 세대로 전체의 12.8%이다.


GIS 지도에 잘 표현된 것처럼 ‘총각네’ 가게는 놀랍도록 기준시가 4억 이상 아파트 밀집지역에서만 점포를 열고 있다. 전략적 안목은 맨주먹 트럭행상을 연매출 수백 억대의 기업가로 변모시켰다. 다시 ‘총각네’ 30개 점포의 시구별 분포를 수치로 들여다 보는 것과 지리정보로 분석한 것의 차이를 비교해보자. 도표 속에 숨어 있던 평범한 데이터가 GIS 지도 위에서 시각적 통찰력으로 전환된다. ‘총각네’ 입지전략이 한 장의 지도 속에 명료하게 드러난다.(지도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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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4: 총각네 야채가게의 점포 위치>

 

 

결론: 통찰력의 시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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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2: 경영도구의 상대적 가치, MIT-IBM 보고서]

 

다시, 피터 드러커를 찾아 본다. 그는 스스로 회고록을 쓰는 대신 맥킨지의 정신적 창업자 마빈 바우어의 회고록을 쓴 엘리자베스 에더샤임을 불렀다. 일대기 대신 자신의 경영 메시지를 정리해달라고 요청했다. 길고 긴 수십 차례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피터 드러커, 마지막 통찰』 이라는 책이 발간되었다. 이 책은 ‘레고블록’으로 시작해 ‘사냥지도’라는 비유로 끝맺고 있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지도는 석기시대 동굴에서 발굴된 사냥지도이다. 드러커는 그것을 알고 있었을까?

 

‘내일을 만들기 위한 첫 번째 단계는 환경에 대해 우리가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 그 모습을 그려보는 것이다. 나는 이것을 드러커의 사냥지도(Drucker’s Marauder’s Map)라고 명명한다. 그 지도는 계속 변하고, 최신 자료에 근거하여 수정된다. 사물이 변하고, 상황이 달라지고, 그리고 사람이 움직이면, 지도는 그에 따른 변화들도 반영한다.’ - 『피터 드러커, 마지막 통찰』 중에서

 

MIT 경영대학원과 IBM 기업가치연구소는 2010년 전세계 3000명에 이르는 기업 간부 및 분석가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수행했다. 기업의 통찰력 강화를 위해 향후 2년 동안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경영리더에게 현재 가장 중요하게 취급하는 정보는 무엇인지 물었더니 1) 기간별 동향분석 및 예측, 2) 표준화된 보고방식, 3) 데이터 시각화, 4) 비즈니스 프로세스에 적용되는 분석기술, 5) 시뮬레이션 및 시나리오 개발 순으로 답했다.


그러나 경영리더들은 향후 2년 동안 가장 중요하게 준비해야 할 경영도구가 무엇인지 묻자 1) 데이터 시각화, 2) 시뮬레이션 및 시나리오 개발, 3) 비즈니스 프로세스에 적용되는 분석기술, 4) 회귀분석 등 수학적 모형화, 5) 기간별 동향분석 및 예측 순으로 대답했다. 동시에 60%의 응답자가 ‘자사가 보유한 데이터에 대한 활용 능력이 미흡’하다고 대답했다.5 (그림2)


전자기업 Z사는 전국의 사업장과 R&D 캠퍼스에 관한 내?외부 정보를 8개월에 걸쳐 GIS 지도에 총화했다. 임직원의 출퇴근 동선부터 해당 도시의 장단기 도시계획까지 포괄했다. 부동산 지가의 변동과 신설 도로망의 현황을 종합적으로 파악했다. 새로운 전략방침이 결정되면 인적 물적 자원을 어디에서 어디로 이동하며 신규부지는 어디에서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 대비하고 있다. 최고경영진이 질문하면 한눈에 현황과 전망을 펼쳐놓고 즉각적인 실행이 가능하도록 ‘전략지도’를 마련해놓은 것이다.


일등항해사를 거쳐 대한민국 해양탐사선 온누리호 항해를 책임지고 있는 이민수 선장은 말한다. “항해를 할 때 가장 중요한 일은 현재 내가 있는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다. 그래야 목적지로 향하는 방향을 결정하고 돛이나 키를 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6  오늘의 바다를 항해하는 선장은 나침반, 종이지도, 망원경 외에 어떤 도구를 활용하고 있는가? GPS, GIS, 초음파탐지기를 함께 사용한다. 수천 km 상공에 움직이고 있는 인공위성 정보와 바다 속의 지형을 컴퓨터지도에 종합해서 항로를 잡아간다. 그렇게 1200년 전 장보고 선단이 상상조차 해보지 못한 남극과 북극의 빙산 사이로 탐사선의 항해는 계속되고 있다.

 

  1 피터 드러커, 경영의 실제, 한국경제신문, 2006, p. 97
  2 The National Academies, Learning to Think Spatially, National Academies Press, 2006
  3 와이어드(Wired), What to Expect From the Maps App if Apple Ditches Google Maps in iOS 6, 2012년 5월 11일자
  4 송규봉 외, 국가바람지도 및 지리정보시스템 기반의 해상풍력단지 입지전략 연구, 한국환경과학회지, 2009
  5 IBM 기업가치연구소, 분석기술: 기업의 새로운 가치 실현 방안, IBM, 2011, p. 18
  6 이민수-김우숙, 세상을 바꾼 항해술의 발달, 지성사,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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